집에 앵무새가 있었다.사실 키웠다고도 말할 법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꽤나 부끄럽다. 온 몸이 초록색의 털로 덮혀있는 매력적인 새였다. 종은 뉴기니아. 그 매력에 반해, 누나와 나는 엄마 아빠를 조르고 졸라 새를 집에 데려올 수 있었다. 가격이 꽤나 비쌌지만, 당시의 누나와 나는 어렸기 때문에 돈에 대한 개념도 지금보단 없었으며, "생명체에게 값을 매기는건 잔인한 일이야" 라고 생각하곤 했다.

 이름은 모리. 나무 목자를 세개 써서 나무 빽빽할 삼(森)자를 쓰고, 모리 라 읽는다. 일본어로 숲이라는 뜻이다. 초록색이었고, 그 말의 어감이 좋아 데려오기 전부터 정했던 듯 싶다. 솔직해지자면 새를 키우고는 싶었지만 새에 대해 알려고 한다던가 하는 큰 의욕이 없었기 때문에, 새를 '키우는'건 어머니와 누나의 몫이었다. 어느날 모리는 갑자기 아파졌고, 병원에 데려가 진찰도 받고 약도 먹었지만, 내가 학교에 간 사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여름철 무더위에 창문틈으로 헐떡거리던 모리를 보고는 "모리도 더운가보다."하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에어컨 바람에 추워했던 것이었다. 밥을 먹지 못 할 정도로 길어져 있는 부리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되었다.

 학교에서 모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죄책감이 가장 컸다. 그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안방으로 향했고,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바닥을 걸어다니는 모리를 보았다. 나도모르게 미소 짓는 그 순간 눈앞에 보이던 모리가 사라지며, "아, 모리는 이제 없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순간 벙쪄있다가 눈물이 나올 것같아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 내내 울었다.

 그 이후로 나의 별명으로는 그리모리를 사용하고 있다. 내가 한 생명에게 저지른 무관심과 방관을 잊지 않기위해. 어디선가 훨훨 날고 있을 모리를 잊지 않기 위해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와 나의 고양이. 1  (0) 2018.06.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