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행 24시간 버스를 탔다. 


VIP슬리핑 버스인 이 버스는, 사실 누가 VIP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버스였다. VIP는 다름아닌 버스 기사와 주변 사람들이었다. 


하노이행 버스는 원래 24시간인데, 실제로 도착하기까지 28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다. 버스기사는 가는 길목마다 버스를

 

세우고 사람을 태워서 따로 돈을 받으며 조금씩 하노이로 향했다. 마치 한명씩 탈때마다 들러야 될 곳이 한군데씩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어느새 버스 안은 현지인들로 가득 찼고, 누구는 핸드폰으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가고, 앞쪽의 아줌마는 돈을 


걷는 아저씨와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했다. 외국인은 열 세명 정도가 있었는데 나머지 좌석들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버스가 가득 차 


있던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이 버스가 헬버스인 이유를,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을 갈때 알았다. 새벽 두시쯤 기사의 “toilet”이라는 말과 함께 버스가 정차
했고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내렸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화장실이 없는거였다. 어디가 화장실이냐고 묻자 손을 옆으로 뻗으며 한
쪽을 가리켰고, 나의 시선은 그쪽을 향했고, 동시에 엉덩이 사이에 길이 30 cm 정도의 휴지를 달랑달랑 끼고 바지를 올리는 한 아저씨를
보면서 ‘아 저쪽이 화장실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더한건 남자야 상관없다 치지만 여자들도 오픈되어있는 공간에서 
을 처리해야 했다. 

 다섯시 반쯤 국경마을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내렸는데, 밥을 먹으라는건지 뭔지 몰라서 멀뚱멀뚱 있다가 결국은 아침도 먹지 못하고, 
보더로 향했다. 보더에는 또 너무 일찍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출입국 수속을 밟았다. 이 모든게 네시간이 걸렸다. 그러니까 
아마 24시간에서 28시간으로 연장된 이 시간 안에는 보더에서의 4시간이 포함되어 있을거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노이에 도착해서 버스기사의 횡포는 더욱 더 심해졌고, ‘그래도 제시간에 도착하겠지’ 하는 기대는 도착시간인 저녁 6시에서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그래 니네 맘대로 해라’ 하는 마음으로 변했다. 그리고 바로 잠에 빠졌다.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하노이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대기하고 있던 택시기사들이 자꾸 센터로 가자면서 말을 붙인다. 아, 사실 나는 돈이 없다. 라오스에서 넘어
오면서 가져온 돈은 보더에서 전부 환전했고 그 환전한 돈은 점심식사를 먹는데 다 써버려서 만동밖에 남지 않았다.
(20000동 = 1000원) 어쨋든 20만동이라는 가격을 부르는 택시를 탈 수는 없었고, 그래도 달러는 가지고 있기에 바가지라도 쓰지 
말자는 생각에 고심하여 택시를 골라 타고 여행자 거리가 만들어져 있다는 항박 거리로 향했다. 미터기를 킨 택시에는 11만동이 찍혀
있었고 나는 6달러를 건네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앞으로 모든 일들이 쉣더퍽 바가지 천국일 것 같지만 그래도 매번 신경쓰면 그것도 스트레스. 이곳사람들 먹고사는 수단이라 생각하고
 맘편히 지내는게 답인 것 같다. 웰컴 투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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